꽃감독 이범호 감독의 정규리그 우승 비결

2024년 9월 17일 KIA 타이거즈는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이 날 경기에서 SSG에 0-2로 패배했지만 같은 날 삼성이 두산에게 패배하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KBO리그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으로 주목받았던 이범호 감독은 기대에 부응하면서 KIA 타이거즈에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출전권을 선사했다. 또한 타이거즈 선수 출신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게 되었다. 이미 준비된 지도자였던 이범호 감독의 정규시즌 우승 비결을 알아보자.

꽃감독 이범호 감독의 정규시즌 우승 비결
이범호 감독 ⓒ KIA 타이거즈

LG의 우승을 가로막을 강력한 대항마, KIA 타이거즈

2023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LG 트윈스는 2024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마무리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공백이 생겼지만 리그 우승 경험은 더 큰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대항마로 떠오른 것은 KIA 타이거즈였다. 매년 우승 전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했던 호랑이. KIA 타이거즈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강력한 선발진이었다. 리그 최정상급 새로운 외인 투수 2명을 영입했고, 양현종-이의리-윤영철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타 팀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마무리 정해영도 건재한 상태. 스프링캥프 직전 단장과 감독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선수들의 능력만으로 우승 전력감임에는 틀림없었다.

선발진의 붕괴 속에 꽃 핀 화수분

2024 시즌 KIA 타이거즈 대권 도전의 전제조건은 외국인 투수 2명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선발 야구였다. 실제로 개막 직후 4연승을 달린 비결도 크로우-양현종-네일-이의리-윤영철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의 힘이 컸다. 선발진이 긴 이닝을 책임져주며, 불펜의 힘을 덜어줬고, 나성범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타자들은 적재적소에 득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강력한 선발진의 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의리를 시작으로 크로우, 윤영철이 차례대로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팀의 든든한 에이스로 활약하던 네일도 8월 24일 타구에 턱관절이 골절되며 회복 중이다. 결론적으로 개막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선수는 양현종 한 명뿐이다. 프런트는 발 빠른 상황 대처로 쓸만한 대체 외인을 즉시 투입했고, 이범호 감독은 오랜 기간 KIA의 코칭스태프로 선수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꾸준히 대체 선발을 투입했다. 김사윤, 황동하, 김건국, 김도현 등이 차례대로 대체 선발로 투입되었고, 마침내 황동하와 김도현이라는 보석을 발굴할 수 있었다.

선발진의 붕괴속에 찾은 돌파구
양현종 ⓒ KIA 타이거즈

"도영아, 띄우자", KIA 핵타선의 비밀

2024 시즌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김도영을 필두로 2024년 9월 17일까지의 성적을 기준으로 KIA의 팀타율은 0.301. 팀타율 2위 롯데와의 차이도 무려 1푼 5리 이상이다. 팀타율이 3할을 넘는다는 것은 쉬어가는 타선이 없다는 의미. 

"도영아, 띄우자", KIA 핵타선의 비밀
2024년 9월 17일 선발 라인업 ⓒ 티빙

2024년 9월 17일 선발 라인업을 기준으로 규정타석 3할을 넘긴 선수(박찬호, 김선빈, 김도영, 소크라테스, 이우성)가 5명이나 된다. 4번 타자 최형우와 이날 라인업에서 빠진 나성범은 3할 타율에 못 미치지만 20 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언제든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그리고 한준수는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나 3할이 넘는 타율에 7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탄탄한 신구조화의 배경에는 1군 타격코치로 시즌을 시작한 이범호 감독의 영향이 크다. 선수시절 찬스에서 유독 강했던 이범호 감독은 꾸준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선수와 코치로 함께한 KIA 선수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핵타선을 만들어 냈다. 그중 가장 히트 상품이 김도영.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입단 직후 그의 타구 스피드를 눈여겨보며 멀리 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김도영은 자신만의 밸런스를 찾은 뒤 드디어 2024 시즌 폭발했다. 최연소 30-30은 물론 한국 선수 최초의 40-40에도 도전하고 있다.

결국 준비된 지도자였던 이범호의 야구 철학

2011년 KIA타이거즈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된 인연은 어느새 15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타이거즈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2017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후 KIA 타이거즈의 스카우트,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 등 팀의 핵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결국, 시간의 문제였을 뿐 언젠가는 타이거즈의 감독 자리에 오를 인물이었다. 올 시즌 갑작스럽게 감독에 선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그 바탕에는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한 키워드를 눈여겨 볼만하다. "웃음꽃 피는 야구"를 선언했던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 "눈치 보지 마라. 하지 말라는 소리 안 하겠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라고 주문했다. 선수들에게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했고, 그에 맞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는 충분한 기회를 보장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 간의 긍정적인 경쟁이 팀 전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2024년 새롭게 떠오른 선수가 한준수와 박정우다. 이 두 선수는 앞으로도 타이거즈의 핵심이 될 선수들이다.

 

또한 정규리그를 운영하면서 이범호 감독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잇따른 선발진의 붕괴에도 불펜의 힘으로 버텨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대체 선발을 꾸준히 투입하면서 장기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또한 접전상황이 이어지더라도 무리한 불펜의 연투를 최소화하면서 꾸준히 힘을 비축했다. 이러한 운영 능력의 결과로 곽도규-김대유-최지민-전상현-정해영으로 이어지는 철벽 계투진도 꾸릴 수 있었다.